낙서장

음-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2010. 9. 19. 12:17
1.

선연습을 다시 하고 있다.
책에 있는대로 하려고, 이젤에서 하지 않고 조그마한 화판에다 A4용지 수십장을 끼워넣고
원래 클립보드 쓰라고 나왓는데 사긴 아깝고 마침 사뒀던 작은 화판이 왼손으로 잡을 공간도 있고 좋았다.

이젤에 넓은 화판갖고 했을땐 선이 쭉쭉 반듯했지만 간격을 일정하게 긋기 힘들었다.
반대로 지금 하고 있는건 간격 유지해서 긋는건 용이한데, 공간도 작고 화판 고정시키는것도 낯설어서 선이 삐뚤빼뚤하다.
뭐 침대에 앉아서 할 수도 있어서 편하긴 하지만;

여러 선긋기 연습을 하면서 파버카스텔 연필이랑 5.6mm흑연 홀더랑 해봤는데
확실히 흑연홀더가 표현은 더 잘 됐다.
심이 두꺼워서 그런지 두께변화도 뚜렷하고 좋았다. 같은 힘을 줘도 흑연쪽이 더 진했다.
흑연심 역시 크레타 제품.
문제라면 크레타 홀더가 좀 병맛이라 - 특히 클립부분 - 쥐기 짜증난다는점.
다른 홀더 사자니 만원이 넘어가네;

A4용지 쓰는것도 왠지 맘에 듬.
스케치북값이 정말 장난 아니게 비싸더라..
당분간 이걸로 하면 종이값도 많이 절약될듯 하다.


2.

요즘 자꾸 타블렛 뽐뿌가 올라오는데
무턱대고 사고싶다고 사기보단 살까 말까 생각해보면서 재고 있다.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점 때문에 샀다가 안쓰거나 활용을 못하면 돈지랄이니까,
생각해보면
타블렛은 일단 화구값은 안 들듯 하다.
유화물감이나 아크릴물감이나 붓이라든지 유화물감 씻는데 쓰는 세정액이라든지 팔레트 나이프 그리고 유화는 전용 캔버스도 팔던데 그거 다 따진다면
타블렛 하나짜리가 관리도 편하고 공간도 덜 차지하지 않을까.
저 엄청난 화구들을 집에 둘 공간도 없고, 더군다나 저런건 방 하나를 통째로 화방으로 만들어서 해야되는데 그럴 방도 없다.

두번째로 뒷정리가 없다는 점.
수채물감으로 수채화 하나를 그리더라도 그 뒷정리가 귀찮은데
유화물감 썻을땐 상상도 하기 싫다;

세번째로 가장 문제가 되는거
유화를 그릴 여유가 없다.
아주 복합적인 이유가 있어서 쓰진 못하겠고,


이번에는 타블렛을 사서 손해인 이유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것은 '우연성'이다.
그림을 그릴땐 실수를 하더라도 그것을 수정하는 방향으로 그려야만 하고
어쩌면 그럴 필요가 없이 수정이 가능하다는게 타블렛의 장점이지만
이건 우연히 저지른 실수에 의해 전혀 의도치 않는 그림이 그려질 가능성을 죽이는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특정 기법을 할때 생기는 우연적인 효과 역시, 아무리 페인터가 잘 구현한다 해도 실제보단 덜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둘째는 내가 고안한 방법을 실험해 볼 수 없다.
하다못해 - 이미 있는 방법이지만 - 물감을 붓에 묻혀서 흘뿌릴때 줄줄 흐르는 바로 그런게
뭐 페인터에 있는지 없는지 안 써봐서 모르겠지만 암튼 저런 독특한 방법을 구현하는데 한계가 있지 않을까 한다.

셋째는 거의 모든 분들이 말하는것. 바로 타블렛을 쓰면 자신만의 그림체를 잊는다는 점.
예전에 인연이 있었던 사람은 2년만에 그림체가 3번이나 바뀌었다고 그러던데
그 사람 인튜어스 유저 폐녀자였다.
정말 무서운 일이다.
귀찮은것을 싫어하는 나는 타블렛을 사면 그것만 써서 그림놀이를 할 것 같으니 이럴 확률은 더 늘어날 것이다. 뭐, 물론 난 완벽주의자가 아니라 피곤하게 무한수정할 가망성이 낮으니 그림체를 안 잃어버릴수도 있지만;;


3.

밀렛이랑 장난감 두개를 샀는데
주문이 늦어서 추석 이후로  배송이 밀려났다.
엄마보고 용돈은 계좌로 넣어주십사해도 자꾸 돈뭉치로 줘서;;
입금하러 들고가기도 부담되는 뭉치라 엄마가 돈 찾자마자 계좌로 쏴주면 좋겠는데.. 아흠


4.

예~~~~ 전에, 벌써 몇년전이야; 6년 전인가;
누나가 교리교사 했다고 받았던 스테들러 무슨펜이더라 잉크펜인가 암튼 그걸
나한테 줬었는데..
그때 받아두고 어디 처박아뒀던걸, 엄마가 어디서 찾았는지 그걸 찾아서 내 스케치북 위에 올려놨다.
그시절엔 스테들러라는 회사명은 몰랐고, 그냥 색이 4가지구나 하고 받아뒀는데..
막상 저게 스케치북 위에 있는걸 봤을땐 어? 옛날에 받은거네? 라는 생각보단
어? 스퍼런 마크? 옴마나 스테들러네 어쩐일이래? 라는 반응이었다;

암튼 검정색을 꺼내세 커터칼이랑 데톨 손소독제병을 크로키해봤는데
쓰는 감촉도 좋고 선도 깔끔한게 마음에 들었다.
손소독제병은 위에 눌러서 나오게 하는 뚜껑부분이 너무 그리기 어려워서
몇번이고 그 부분만 다시그리고 다시그리고 했지만 정작 최종 결과물도 그 부분이 많이 어색했다 ㅋㅋ

안그래도 이 펜세트를 사고자 했었는데 돈 굳었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