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2011. 3. 11. 05:03
1.

역전된 생활패턴을 바꾸기 위해 오늘은 안자기로 햇다.
최소 저녁7까진 버텨야 될텐데 가능할 지 모르겠다.


2.

누워있는데 문득 앵순이의 냄새가 느껴져서 확 놀랐다.

앵무새 뒷머리에 코를 대고 있으면
꼭 따뜻하고 부슬거리는 감촉과 함께 곡식냄새가 났다.
감촉과 더불어 그 특유의 곡식냄새가 너무 귀엽게 느껴져서 잠시 그러고 있노라면
왜 그러냐며 꽥! 소리를 내며 뒤돌아보다가 부리로 내 얼굴을 쓸곤 했다.
그러다가 뒤돌아서서 부리로 내 안경을 잡고 막 잡아당기고.. 그랬는데..ㅋㅋㅋ

부쩍 떠나보낸 앵무새가 너무 그리워진다.

대학원다닐때도, 떠나보낸 앵순이가 나를 찾아오거나, 그 새끼가 나를 찾아오는 꿈을 꾸곤 했는데...

앵순이를 다른곳에 준 것은 원룸에 들어가기 며칠 전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버드네 동물원인가 어딘가에 그냥 두고왔고,
엄마가 나중에 찾아갔을땐 좋은분께 재분양되었다고 한다.
애교도 되게 많고 정도 많은 껌딱지니까 되게 행복하게 잘 있겠지.. ㅎㅎ 지금은 자고 있겄네..

내가 보내고 싶은것도 아니고 대학원 진학도 막판까지 뒤집히고 하다가 결정된거고
무엇보다 나 대학원가도 계속 집에서 돌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고..
거의 반은 생이별 하다시피 보낸 애라 너무 그립다.

그래서 요즘은 자기전에 앵무새를 찾아보는게 버릇이 됐다.

유투브에 가면 여러종류의 앵무새 구경을 할 수 있다. 개중에 카이큐라는 앵무새를 보았는데 대단히 귀엽더라. 그리고 썬코는, 길렀던 종이고 하니까 행동 하나하나가 다 익숙하고 그래서
웃음과 함께 그리운 슬픈 감정을 동시에 흘리게 된다.

새벽에 시끄럽다고 되게 미워했지만
생각해보면 그렇게 붙어있고 싶어하고 나에게 날라오고 부비대고 날 알아주고 했던 건 걔 하나뿐이었을지도 모르겟다.


3.

오늘 모래치료를 처음했다.
첫술에 배부르진 않겠지만 뭔가 감상을 말하자면
뭔가 하다 말은 기분이다.

이게다야? 이런 느낌.

이런게 치료가 될까? 이런 느낌.

끝에 치료사 선생님이 한 감상 말해보라는데 차마 위에처럼 말은 못하고
모르겠다고 얼버무리고 말았는데

이게 내 수십년간 이어져온 우울증이랑 대인공포증이랑 자신감 없고 무기력하고 자부심 없고 열듬강에 휘어감긴, 힘들었던 유년시절부터 내려 온 고목나무같이 딱딱하고 질긴 이것들을 없애준다고?

글쎄...;;;